이 형식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사용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미지와 짧은 영상을 스크롤하며 스치듯 보는 게 인스타그램이다보니 텍스트는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정보 함량이 높은 인스타그램 계정들이 늘어나며 '이미지 한 장 + 긴 텍스트' 포스트를 더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이 형식을 보며 문득 '이것이 어쩌면 제텔카스텐에서 말하는원자(적) 노트Atomic Note의 대중적 형태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자 노트를 "지식 구성 요소(개념, 논증, 반론, 모델, 가설과 이론, 경험적 관찰) 중 정확히 하나만을 담고 있는 노트"라고 규정했을 때, 인스타그램 포스트가 (서비스 환경과 그것의 압박에 의한 것이겠지만) 하나의 이미지와 그와 관련된 단일한 주제/소재의 글로 만들어진다면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역설적 은유가 빠져 있는데,원자는 결합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비활성 기체를 제외하고) 고립된 원자는 불안정하며, 원자들은 전자를 주고 받고(이온 결합), 공유하고(공유 결합), 자유롭게 흐르며(금속 결합) 분자를 만든다. 원자 노트 역시 '하나만을 담는 것'이 아닌, 다른 원자 노트와 연결되어 결합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 포스트는 원자 노트가아니다. 포스트와 포스트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각 포스트는 개별성을 부여받지 못하고 메타Meta의 알고리즘에 따라 배치될 뿐이다. 무한 스크롤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흐름만 있을 뿐 맥락은 없다. 이것은 결합되지 않고 흘러가 쌓이기만 하는 모래의 강이다.
이런 인스타그램의 한계를 영리하게 우회하는 계정들도 있다. 팔로워가 댓글로 요청하면 포스트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담은 페이지(보통 '노션' 사용)의 링크를 메시지로 보내주는 방법이다. 팔로워 수도 늘리고 댓글 참여도 유도하며 인스타그램 외부에 자신의 브랜드 자산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원자적이라는 것은 고립이 아니라결합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결론: 인스타그램 포스트는 원자적이 아니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것에 여전히 갈등을 느낀다. 개인의 온라인 정체성 또는 브랜드를 알리는 유력한 서비스이며 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의 효과적인 온라인 홍보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소유주의 비윤리성을 생각하면 갈등할 수밖에 없다. 그의 무도함은 쿠팡 정도는 한참 넘어서지만 '현실적 대안 없음'이라는 핑계로 여전히 앱을 실행해 스크롤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없이 블로그, 뉴스레터, 팟캐스트 등으로만 사람들에게 뭔가를 전달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 됐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검색 엔진이 아닌 AI로 원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으니 환경은 더 어려워질 거다. 더더욱 '현실적 대안 없음'이다.
'좋은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라는 원칙은 가슴 속에 새겨두되 '잘 알려야 좋은 것이 된다'라는 수사적 원칙도 함께 붙여놔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