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권의 책, 12개의 이야기, 그리고 가을 개편 2025년 9월을 정리합니다
9권의 책, 12개의 이야기, 그리고 가을 개편 |
|
|
- 정보라, 《저주토끼》 (2017, 2023, 2025)
- 피에르 아도, 《명상록 수업》 (2023)
- 아즈마 히로키, 《지知의 관객 만들기》 (2025)
- 우노 츠네히로, 《젊은 독자를 위한 서브컬처론 강의록》 (2018)
- 정보라, 《아무튼, 데모》 (2024)
- 〈창작과 비평〉 2025 가을(209호) 중 소설들
- 이양수, 《폴 리쾨르》 (2016)
- 정보라, 《너의 유토피아》 (2025)
- 강신규, 《서브컬처 비평》 (2021)
이번 9월에는 9권의 책에 관해 썼습니다. 주제를 살펴보면, 소설 또는 서브컬처에 관한 책이 많았네요.
정보라 작가 특집을 해보겠다고 했었는데, 모두 세 권의 책 — 《저주토끼》, 《너만의 유토피아》, 《아무튼, 데모》 — 을 읽었습니다. 아마도 대중과 매체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책들일 겁니다. 이번에 썼듯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앞으로 정보라 작가의 책은 읽지 않을 것 같네요.
읽을만한 '최신 한국 소설'을 고르다보니 소설들의 홍보 내용을 마주치게 되는데요, 이제 'OOO 문학상 수상' 또는 후보작이 되는 것은 작가의 명예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체성이 돼버리는 것 같습니다. 제 망상으로는, 그런 작가의 말과 글 뒷면에는 'OOO 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워터마크가 유령처럼 둥둥 떠있는 것 같아요. 독자 입장에서는 글과 온전히 대면하는 데 방해가 되니 아주 고약합니다.
그러나 국내만 해도 정말 많은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어떻게든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손쉬우면서 필수적인 홍보 방법이겠죠. 어쩔 수가 없을 겁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면 저부터도 편향이 생겨버리니 말이죠. '문학상 받지 않은(못한) 좋은 소설 읽기 모임' 같은 독서 모임에라도 나가야 하나 생각중입니다. 제 혐오가 지나친 걸까요.
서브컬처에 관한 책도 모두 세 권 — 《젊은 독자를 위한 서브컬처론 강의록》, 《서브컬처 비평》, 《지知의 관객 만들기》 — 이었습니다. 아즈마 히로키의 《지知의 관객 만들기》는 좀 애매하긴 합니다. 아즈마가 대중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일본 서브컬처 비평이긴 했지만 현재는 철학 일반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아즈마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서브컬처 비평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으니 그 연장선 위에 있다고 우겨 보겠습니다.
강신규씨의 《서브컬처 비평》은 얇은 책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서브컬처 비평을 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구나라는 현실 인식을 하게 해줬습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비평' 자체가 설 자리가 없는 시대이긴 합니다. 그러니 이중고인 거죠.
|
|
|
그래도 어떤 종류의 서사든 창조적으로 읽어내고 싶은 욕구는 여전합니다. 그래서 '폴 리쾨르' 읽기를 시작한 거죠. 《시간과 이야기》는 1권 앞부분을 조금 읽었는데, 쉽지 않더군요. 뭣보다도 1999년에 한국어판이 나온 책이다보니 당시의 번역 관습이 드러나는 한국어 문장들의 연속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1쇄와 이번에 산 12쇄를 비교해보니 단어 하나 바뀌지 않은 것 같더군요. 학창 시절의 악몽이 슬쩍 떠올랐습니다.
책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구요, 중요하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 있는 뉴스레터인 〈서울외계인〉과 〈노상기록〉에 큰 변화가 있습니다.
제가 첫 뉴스레터를 발행한 것이 2021년 4월이었습니다. 지금껏 만들어 오면서 규모를 확장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러가지 시도를 해봐도 생각만큼 반응이 없었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번 변화('가을 개편'이라고 하죠)에서 뭔가 여러분께서 하셔야 할 것은 없습니다. 뉴스레터는 기존 구독하신 이메일 주소로 계속 동일하게 전달됩니다. 개편 내용은 이렇습니다.
- 뉴스레터 플랫폼을 서브스택에서 스티비로 이전합니다.
- 〈서울외계인〉과 〈노상기록〉을 〈서울외계인〉으로 통합합니다.
- 기존 〈노상기록〉 구독자분들은 〈서울외계인〉 '유료 구독자' 상태가 됩니다.
- 뉴스레터 발신자 이메일 주소가 hello@seoulalien.com 으로 바뀝니다. 혹시 스팸으로 분류될 수도 있으니 주소록에 추가 부탁드립니다(이건 좀 해주셔야 할 것 같네요😓).
혹시 개편 후 생긴 불편사항이 있다면 저에게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지금까지 잘 썼던 '서브스택'과 국내 뉴스레터(또는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인 '스티비'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건 기능보다 네트워크라는 걸 느꼈습니다(이번 카카오톡 개편 사태만 봐도).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지만, 한글화가 안 된 해외 플랫폼은 이제 국내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오늘부터 스티비를 통해 뉴스레터를 보내는데요, 룩앤필에서 조금 이질감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은 양해 부탁드리구요, 기존 서브스택 웹사이트는 둘 다 계속 열어둘 예정이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멤버십 구독 방법도 편리해졌습니다. 월별로 구독할 필요 없이 원하실 때 구독하고 해지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을 자동연장 할 수도 있고 일회성으로 하실 수도 있구요. 물론 무료 멤버십도 있습니다. 앞으로 유료 멤버십은 월, 수, 금(3회), 무료 멤버십은 월요일(1회)에 보내드립니다.
뉴스레터를 만들다보면 확신과 불확신의 낙차가 서해 조수간만처럼 울렁거립니다. 그래도 계속 착각하면서 화물 밀 듯 목적지까지 가보겠습니다.
10월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추석 연휴가 꽤 길지만 휴간은 하지 않도록 해볼게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