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종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신론자에 가깝긴 한데, 인격신이 아닌 어떤 절대적 존재에 대해서는 강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너무 '외교적'인가요? 혹시 모르니까요.
오늘은 AI에 관한 이 문서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뉴스레터를 보내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교황청 문헌 〈옛것과 새것Antiqua et Nova〉 그리고 로마 가톨릭 교황 레오 14세의 첫 회칙인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입니다.
이 문서들을 읽고자 하는 이유는 종교적 권위에 기대려는 것이 아니라, 로마 교황청만큼 오랫 동안 인간에 관해 숙고하고 기록해 온 '단체'는 거의 없을 것이고, 문서의 내용도 그 역사의 무게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교리에 반감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저를 포함해서. 그런 분들은 저처럼 '외교적 스탠스'를 취하고 읽어보면 어떨까요.
〈옛것과 새것〉
우선 〈옛것과 새것〉은 로마 교황청 신앙교리부·문화교육부에서 "인공 지능과 인간 지성의 관계에 관한 공지"로 2025년 1월 28일에 내놓은 것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홈페이지에 한국어 번역이 올라와 있습니다.
|
|
|
6. (⋯) 이 공지는 인공 지능과 인간 지성에서 지능(지성)의 개념을 구분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런 뒤에 인간 지성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이해를 고찰하며 교회의 철학적 신학적 전통에 뿌리내린 성찰의 틀을 제공한다. 끝으로 이 공지는 인공 지능의 발전과 사용이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고 인간과 사회의 온전한 발전을 증진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
|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이런 공식 문서는 문단 앞에 번호를 붙인다는 겁니다. 이유를 찾아보니, 가톨릭 교회 문서는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기 때문에 번역본에 따라 페이지 수나 문단 배치가 달라질 수 있고, 그래서 문서의 영구성과 인용의 정확성을 위해 이렇게 문단마다 일련 번호를 붙인다고 하네요.
〈옛것과 새것〉은 다음에 소개할 〈위대한 인간성〉에 비하면 분량이 적은데, 모두 117개 문단입니다. A4에 프린트하니 주석을 제외하면 19페이지네요. 얼마 전에 단행본으로도 나왔습니다. 사고 싶은데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네요. 전화라도 해봐야겠어요.
이 문서는 여러 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돈을 위한 것인지 알기 힘든 세상에서, 인공지능이 "단순히 경제적 또는 기술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공동선'에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공동선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55)라고 선언하는 곳은 많지 않으니까요.
|
|
|
이 기술 지배 패러다임에서는, "마치 실재와 선과 진리가 이러한 기술과 경제의 힘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처럼, 인간의 존엄성과 형제애는 종종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효율성을 위하여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 침해당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온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평등과 분쟁을 심화시키는 기술 발전은 결코 참다운 발전으로 여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공 지능이 "다른 형태의 발전, 곧 좀 더 건전하고 인간적이고 사회적이며 통합적인 발전에 이바지하게" 하여야 한다.(§54)
|
|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
이 문서는 모두 245개 문단으로 양이 많습니다. 아직 한국어 전문 번역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클로드를 이용해 사용량 제한에 몇 번씩 걸리며 모두 번역했습니다. 정리되면 공유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조만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에 올라오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을까 싶네요.
짧게 요약된 내용이 교황청 홈페이지에 상/하편으로 올라와 있으니 이걸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AI와 관련된 많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AI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고, 그대로 놔둔다면 "공동선"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 같습니다.
|
|
|
Jess Gillam & Jess Gillam Ensemble, 'Oboe Concerto in G Major, TWV 51:g2 (Reconstr. Ian Payne): I. Andante' |
|
|
© 2026 👾 서울외계인hello@seoulalien.com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구독하기 | 구독정보변경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