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먼저 온 미래》 (2025) (1)
장강명, 《먼저 온 미래》 (202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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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인간에 관한, 그리고 기술과 AI에 관한 더 나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단지 '생존'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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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6년 3월 9일,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배한 날로부터 시작한다. 프로 바둑기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좌절감을 느끼게 했는지 기록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프로기사들은 AI가 두는 바둑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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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AI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새로운 포석을 프로기사들은 'AI 포석'이라고 불렀다. 그 포석을 최대한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이 랭킹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었다. 과거에 배운 내용을 고집하며 AI 포석을 거부한 기사들은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얼마 지나자 정상급 기사 중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모든 기사가 바둑을 비슷하게 두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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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이미 AI의 영향을 받은 바둑계, 그리고 앞으로 받게 될 나머지 세계에 대한 저자의 전망. 장강명은 본인이 "조지 오웰의 오랜 팬"(저자의 이력으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임을 밝히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관해 길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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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르포르타주에 해당하는 부분은 1부뿐이다. 생생한 현장 묘사와 유머가 넘치는 이 책 1부를 재밌게 읽은 독자들은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지는 2부에서 꽤 당황하곤 한다. (⋯) 사실 단행본의 완성도라는 면만 놓고 볼 때 《위건 부두로 가는 길》 1부로만 책을 구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2부의 에세이들은 한 편, 한 편 떼어놓고 보면 훌륭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너무 넓은 영역을 다루며, 각 주제가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다. (308-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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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잠시 후 "이쯤에서 독자들은 내가 9장까지 근거를 깔아놨고 10장에서 펼치려는 주장이 89년 전 오웰의 주장과 거의 같은 내용임을 짐작할 거다"(310)라며,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의 연관성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것은, 장강명의 "2부"라고 할 수 있는 10장 역시 "전체적으로는 너무 넓은 영역을 다루며, 각 주제가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나 본인이 쓴 SF들과 출간 예정인 책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일종의 '홍보'(그런 적극적 의도는 아니었겠지만)처럼 느껴져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STS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또는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F의 역할과 본인의 방향성을 밝히려는 의도였겠으나 역시 그 맥락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다".
장강명은 조지 오웰의 《1984》가 "늘 권력을 욕망"(320)하는 권력의 "본성을 비판하는 강력한 개념을 창조"한, 현실에 힘을 발휘한 서사인 반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아쉽게도 현실에서 이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320)고 평가한다.
《1984》에 대한 그의 평가에 동의할지는 잠시 미뤄 두고, "미리 예견된 인간의 왜곡이 비로소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왜곡으로부터 보전해야 할 인간의 개념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저자가 인용한 "생태주의 철학자 한스 요나스가 1979년 저작 《책임의 원칙》에서 '공포의 발견술'이라고 이름 붙인 방법론"(328)은 귀기울일 만하다. 이 "공포의 발견술"의 분명한 한계와 그에 대한 비판도 존재하지만, 더 나은 기술 서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역시 저자가 인용한 대런 애쓰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의 책 《권력과 진보》도 "기술을 둘러싼 새로운 비전,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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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모글루와 존슨은 말한다. "우리가 진보의 수혜를 입은 것은 맞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주요 이유는 우리 앞의 세대들이 그 진보가 폭넓은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같은 일을 해야 한다.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이를 위해 정부 보조금 등 시장 인센티브의 재조정, 거대 테크 기업의 분할, 조세 개혁, 노동자에 대한 투자, 사생활권과 데이터 소유권 강화, 디지털 광고세 및 부유세 도입 등을 제안한다.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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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권력과 진보》는 현실적 정책을 제안함으로써 《책임의 원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주장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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