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관련된 글은 별로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뒤적여보니 그렇지 않았다. 우선 각종 일본 문구들 — 만년필, 잉크, 종이, 노트 등 — 에 관해 썼다. 문구에 한참 빠져있을 때는 일본의 문구 관련 잡지까지 사서 봤다.
문화에 관해서는 만화, 그래픽노블, 서브컬처 비평, 시티팝 등을, 책으로는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한자학, 자기 계발과 관련된 실용서, 그리고 일제 강점기를 다룬 한국 저자의 책 등에 관해서도 썼다. 머리 속에서는 먼 나라이지만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있으니, 그래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나보다.
해외 여행으로 가장 많이 간 나라도 일본이다. 관동 지역보다는 교토, 오사카로 대표되는 관서 지역에 많이 갔는데, 지난 연말에는 더 서쪽인 후쿠오카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일정 중에 이런저런 구경을 했는데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후쿠오카 사람들이 보도를 걷는 방향이었다.
교토에서는 대부분의 일본인이 질서 있게 우측통행을 했다. 당시에 한국은 아직 좌측통행을 하던 때라 통행을 방해하는 진상 여행객이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걸어 다녔다. 그런데 후쿠오카 사람들은 오른쪽, 왼쪽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걸었다. 내가 방향을 착각하고 있나 싶어 검색까지 해봤다. '차는 왼쪽, 사람은 오른쪽'.
서로 붙어있는 교토와 오사카도 문화 — 일본에서는 이걸 "현민성県民性"이라고 하며, 일본인 자신들도 이것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44) — 가 많이 다르다던데, 길을 걷는 것에서도 그것이 드러나는가 보다라고만 어렴풋이 생각했다.
이 의문으로 대표되는 일본에 대한 불투명함이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지극히 사적인 일본》을 읽으며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메이지 유신의 기점으로 보는1868년으로부터 따져봤을 때 "일본은 중앙 집권화가 된 지 200년이 채 되지 않"(27)은 나라라는 사실이 많은 점을 설명해 준다. 행정구역을 "1도都 1도道 2부府 43현県"(25)으로 개혁하긴 했지만 그 '현민성'은 200년이라는, 우리나라의 중앙 집권화 역사와 비교했을 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여전한 것이다.
일본 책들의 한국어판을 읽었을 때, 열 권 중에 일고여덟 권쯤은 실망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듯한 설득력 있는 제목 때문에 사게 되지만 내용은 기대했던 바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좋은 책이든 그렇지 않은 책이든 모두 쉽게 읽힌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일본어의 특성 때문인지 저자와 편집자의 능력 덕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책 역시 매우 쉽게 잘 읽힌다. 게다가 일본에 대해 정말 궁금했던 것들을 저자의 사적 경험 그리고 일본의 역사와 연결해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재밌는 점은 일본인이 한국어로 썼다는 것인데(그렇다면 일단 쉽게 읽히는 것은 일본어의 특성 때문은 아닌 것으로 봐도 되겠다), 흔한 일은 아닌 것 같고 그것에서 기대할 만한 것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