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의 의미를 만들거나 고르기 위해 분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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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여러 자료와 책들을 읽었지만 뉴스레터는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의 회의에 빠져들었기 때문인데요, 요약과 정리 같은 글을 쓰는 것이 AI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였습니다. 그런 글을 AI보다 더 잘 쓰겠다? 승산 없는 게임이라고 봅니다.
잠시 무력감에 빠지긴 했지만 (손톱이 키보드에 부딪히는군요. 깎고 오겠습니다.) (2분 후) (저는 손톱이 키보드에 부딪히면 매우 거슬립니다. 스스로가 비위생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손가락 끝으로만 키보드를 누르는 부드러운 느낌이 좋습니다.) 예, AI와의 승부라는 초현실적인 현실로 인해 무력감에 잠시 빠지긴 했지만, 전혀 수긍할 수 없었죠.
누구나 잠깐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AI는 '의미'를 만들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의미'는 바로 사람들이 그렇게 찾아 다니는 그 의미입니다. '아이고, 의미 없다' 또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할 때 그 '의미', 삶의 '의미', 결국 끝에 가서는 반드시 찾게 되는 그 '의미' 말입니다.
서사, 이야기,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중요한 이유는 '의미'를 찾거나 만들어 주기 때문인 거죠. 하나의 해석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더 깊고 다양하고 시대를 넘나드는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누구는 한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삶의 비밀을 발견하기도 하고, 누구는 드라마에 실린 음악과 가사에서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나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의미를 발견하는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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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사람들의 '평균적인' 사고 방식, '평균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학습했겠지만 각자에게 필요한 그 '의미'는 알려줄 수 없습니다. 제가 사용해 본 바로는, 그 의미를 찾아가는 방법이나 경로조차 알려주지 못합니다. 그만큼 인간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AI 기업들이 '감정'을 다음 목표로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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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업계의 첫 번째 위대한 마케팅은 그들의 제품에 '지능'이라는 라벨을 붙인 것이었습니다. 지능은 인간에게조차 너무 일반적이고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용어라 무엇이든 포괄할 수 있었죠. 이제 그 기업들은 IQ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특성인 '감정'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감정은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그 덕분에 챗봇을 감성 지능이 뛰어난 것처럼 설득력 있게 마케팅하고 더 많은 사람이 대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제공합니다.
— Matteo Wong, 'AI’s Next Frontier: People Skills' (The Atlantic, 202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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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미'는, 지금 지배적인 AI 서사들 – ①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고 인간은 쓸모없어질 것이라는 AI 만능론, ② AI는 한계가 많고 위험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AI 억지론, ③ AI가 만드는 현실과 어떻게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AI 수긍론 등에 비해 더 나은,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AI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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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참여하는 것은 항상 일종의 불협화음과 화해하도록 요구해 왔습니다 —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과 실제로 사는 방식, 우리가 원하는 세계와 우리가 영속화하는 데 일조하는 시스템 사이에서. 그런데 내가 받아들이고 — 눈감도록 — 요청받는 것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 〈Dense Discovery〉, 385호 (2026.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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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선 이런 일들을 했습니다. 제가 만든 사이트들에 모든 검색 엔진과 AI 로봇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물론 로봇들이 규칙을 잘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검색이나 AI 서비스에서는 제 글이나 코무니타스 게시글을 찾을 수 없게 되겠죠.
그리고, 이 서울외계인 뉴스레터를 최근 3개월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분들께 메일을 보내 뉴스레터를 계속 받으실 의사가 있는지 정중히 여쭤봤습니다. 일주일 후에, 회신을 주신 분들을 제외하고 구독자 목록에서 삭제할 계획입니다. 전체공개 뉴스레터 기준으로 오픈율이 40%가 조금 안 되니까 꽤 많은 구독자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 말투를 바꿨습니다. 읽는 분들에게 반말과 존댓말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 감정을 함께 쓰기에는 존댓말이 더 낫게 느껴집니다. 이런 걸 반말로 쓰면 너무 혼잣말처럼, 고립된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바꿨습니다.
줄이기, 축소하기, 뒤집기, 거꾸로 하기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끝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텍스트만으로도 미친 짓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네요. 그리고, 여러분이 각자의 의미를 풍성하게 쌓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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