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의 종류, 단어의 길이, 그 사이에서 생기는 마찰이나 유려함, 반복, 그리고 쉼표나 물음표로 우리의 내적인 귓속에서 일어나는 휴지나 경쾌한 리듬, 이 모든 것은 우리의 기본 요소가 되는 입자들이자 시각, 청각, 시간의 단위들이며, 우리의 디자인에 처음으로 쓰이는 재료들이다.
—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 44
그는 뒤라스처럼 자신을 알파벳으로 지칭하고 싶었다. 짧은 발음에 두 다리로 굳게 서있는 모양이 마음에 들어 자신도 M으로 하고 싶었지만 이름 중에 M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몇 개를 떠올려 봤는데, C는 칼에 찔린 O 같아서, H는 균형이 잡히긴 했지만 발음하기에 너무 길어서, N은 한쪽으로 기울어 편파적이고 부정적 느낌이 들어서, i는 나밖에는 관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