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모두 세 종류의 사전 —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 을 찾아볼 수 있는데, 문학으로서의 판타지에 관한 정의는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만 등재되어 있고 나머지는 음악으로서의 판타지에 대해서만 정의하고 있다.
너무 기초적인 것이라 생각했는지 책의 서문에서도 '판타지'를 정의하고 있진 않다. 다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판타지는 진실을 전달하는 거짓말"(27)이라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하는 정의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진부할 정도로 판타지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각종 신화 — 대표적으로는 단군 신화 — 로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귀신이나 도깨비가 등장하는 전설, 홍길동전이나 전우치전 같은 고전 소설, 중국으로부터 온 무협 소설 등이 있고, 현재에는 많은 수의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에서 판타지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을 찾기가 오히려 더 힘들 정도다.
단지 서점에서 '판타지 소설' 서가에 꽂아놓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판타지와 전혀 무관하다'고 선언할 수 없는 셈이다.
이제는 엘리트 문화의 배척 대상이 아닌 판타지는 인문학의 새로운 챔피언이라고 볼 수 있겠다. 판타지가 문화 전반에 만연해 있는 현상은 스토리를 만들고 연구하는 일의 가치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20)
애터버리는 처음의 두 질문을 아홉 개 장을 통해 해결해 보려고 한다.
1. 거짓말로 진실을 말하기: 신화, 메타포, 구조
판타지가 어떻게 사실이 될 수 있는지
2. 마법이 현실 세계로 뻗어 나간다면: 판타지와 사실주의
다양한 사실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인공적인 설정들에 관해
3. 화합을 추구하는 결말: 신화를 전승하는 판타지
현대 판타지가 신화적 체계 간의 충돌을 어떻게 해소하는지 살펴봄
4. 갈등보다 건설적인 각본: 흥미를 더하는 메타포들
내러티브에 힘을 싣고 독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메커니즘에 초점
5. 여성을 억압하는 북 클럽에 저항하기: 문학의 사회적 기능
문학의 상호 연계성을 바라보는 방식 제안
문학 작품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설명하려는 시도
6. 더 나은 세계가 있다는 생각: 유토피아 문학
판타지의 기호학에서부터 판타지의 사회적 기능까지 다룸
7. 환상 동화 속 소년 찾기: 남성성 모델
환상 동화에 대하여. 특히 남성 작가가 재창작한 스토리들
남성적 행동의 해로운 패턴을 밝히고 좀 더 유토피아적인 젠더 모델을 구축하려 한 여러 남성 작가의 스토리 살펴봄
8. 익숙한 과거를 재구성하는 공간: 판타지의 정치성
판타지라는 형식 자체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판타지가 하나의 도구라면, 정치적 분석과 정치적 운동에서 어떤 효과를 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9. 두려움 너머의 진실을 보기: 판타지와 호러
판타지가 두려움을 처리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판타지는 "무분별한 두려움을 다른 무언가로 전환하는 방법들도 제공"
J. R. R. 톨킨, 르 귄 등 "이들의 판타지로 크고 작은 공포는 물론 '티모르 모르티timor mortis",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할 새로운 방법들을 찾을 수 있을 것"
서사와 서브컬처의 교차점을 정확히 짚어주는 내용이기도 해서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있다. 오늘은 '서문'을 다뤘고, 다음 두 번에 걸쳐 이 책에 관해 쓸 예정이다.
사람들은 즐거움을 위해 판타지를 읽고 이에 관해 온라인과 실생활에서 대화를 나눈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