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섯 권,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
- 앨리슨 벡델, 《펀 홈》 (2018)
- 에마뉘엘 카레르, 《필립 K. 딕》 (2022)
- 셸던 솔로몬 외, 《슬픈 불멸주의자》 (2016)
- 제인 앨리슨,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 (2025)
- 니컬슨 베이커, 《구두끈은, 왜?》 (2007)
- 브라이언 애터버리,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2025)
10월에는 모두 여섯 권을 읽었습니다. 다른 달보다는 조금 읽었네요. 그런데 추천하고 싶은 책은 어느 때보다 많았습니다. 특히 《구불구불 빙빙 팡 터지며 전진하는 서사》와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는 서사, 이야기에 관한 대단한 책들입니다. 두 책 모두 '정통'으로 여겨지는 서사가 아닌, 다른 서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죠.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야기에 이끌리죠. 재미 때문이기도 하고 의미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이유가 있겠죠. 좋은 이야기는 오래 살아 남으면서 사람들이 살아남는 것을 돕기도 하고 시간을 넘어 연결하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들이 서로 충돌하여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기도 하죠. 우리는 이야기로 세상을 알고, 달리 말하면 세상은 이야기입니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인간이 말과 글을 쓴 이후로 계속되지 않았을까요? 좋은 이야기는 돈, 명예, 권력, 영향력이나 불멸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그러니 인간이 좋은 이야기를 열렬히 만들고 싶어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재밌는 글이 좋은 글일까요? 참 어려운, 오래된 질문이겠죠. 아무도 읽지 않는 좋은 글 — 그 기준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 이 의미가 있는가. 재미는 있지만 금세 잊혀지는 글이 좋은 글이 될 수 있는가. 누군가는 속 편하게 그 절충점을 찾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글쎄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공식으로 나와있겠죠(물론 그런 공식을 주장하는 책도 있습니다만).
저도 더 '재밌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맞는 말입니다. 이른바 '이야기꾼'이라면 그래야겠죠. 그러나 이분법(二分法)은 항상 의심해봐야 하는데, 저 말대로라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의 동기는 무엇일까요? 쓰는 행위 자체로부터의 즐거움,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일텐데 인간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죠. 언어를 — 인간을 움직이는 — '도구, 매체로만 생각하는 태도' 그리고 언어는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다'라는 태도가 있다고 말이죠(세 번째 입장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그 중간에 다른 많은 입장이 있다고 퉁치고 넘어가겠습니다).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글은 정말 달라질 것 같습니다. 진실, 진리가 무엇인지 결정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런 태도 정도가 아닐지.
그래도 재밌으면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해봐야겠죠. 이 뉴스레터도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고, 뉴스레터 이름을 대면 그래도 좀 들어본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죽는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죠. 항상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가 문제지만요.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읽어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고맙습니다. 읽을 것들은 넘쳐나지만 읽어줄 사람은 없는 시대에, 제 형편없는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계시다니 신기합니다. '독자가 단 한 명 남더라도 계속 글을 쓰겠다'는 패기까지는 없지만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아지고 또 나아지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글로만 되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것도 해야 하는데 말이죠. 무작정 '영상, 유튜브가 대세니까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몇 번 만들어 보고는 포기했지만요. 하지만 팟캐스트는 곧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텍스트, 이야기 등과는 잘 어울리는 매체인 것 같아요. 영상 제작처럼 시간을 잡아먹어서 주객이 전도되는 것도 아니고요. 제 글을 정리해서 PDF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생각중인데, 이건 내용과 형식을 아직 못 정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단방향적인데, 함께 얘기하는 게시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합니다. 댓글을 붙이긴 했지만, 이 서비스도 알고보니 고객지원이 잘 안 되고 트라이얼 기간이 끝나면 유료로 전환되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 부분은 계속 고민해 보겠습니다.
또 여러분이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제 얘기만 떠들었네요. 앞으로 가끔 거슬리는 일이 있더라도 잘 좀 봐주세요. '텍스트'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면 댓글이나 메일로 한소리 하셔도 되구요.
이제 겨울입니다. 그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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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댓글은 실제로 그리고 환상적으로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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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wded House, 'Don't Dream It's Over' (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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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는 자유가 있고, 외부에도 자유가 있어
종이컵으로 홍수를 담아보려 애써봐
앞에는 전투가 있고, 많은 싸움들이 패배하겠지만
나와 함께 길을 가는 한, 넌 결코 길의 끝을 보지 못할 거야
이봐, 이봐
꿈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이봐, 이봐
세상이 밀려올 때
그들이 와, 그들이 와
우리 사이에 벽을 쌓으려 하지
우린 알아, 그들은 이기지 못할 거란 걸
이제 차를 끌고 가, 지붕에는 구멍이 나 있고
내 소유물들은 의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증거는 없어
오늘 신문에는 전쟁과 낭비의 이야기들
하지만 넌 바로 TV 페이지로 넘기지
이봐, 이봐
꿈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이봐, 이봐
세상이 밀려올 때
그들이 와, 그들이 와
우리 사이에 벽을 쌓으려 하지
우린 알아, 그들은 이기지 못할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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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북소리에 맞춰 걸어가
너의 마음 문까지의 발걸음을 세며
앞에는 그림자만 있고, 간신히 지붕을 넘겨다봐
해방과 놓아버림의 느낌을 알아가
이봐, 이봐
꿈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이봐, 이봐
세상이 밀려올 때
그들이 와, 그들이 와
우리 사이에 벽을 쌓으려 하지
넌 알아, 그들은 이기지 못할 거란 걸
그들이 이기게 두지 마 (이봐, 이봐)
이봐, 이봐
이봐, 이봐
그들이 이기게 두지 마 (그들이 와, 그들이 와)
그들이 이기게 두지 마 (이봐, 이봐), 그래
이봐, 이봐
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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