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계인 뉴스레터를 예전부터 읽은 구독자라면 '제텔카스텐Zettelkasten'에 관해 들어보셨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제텔카스텐을 유행시킨 것은 숀케 아렌스의 《How to Take Smart Notes》라고 할 수 있는데(한국어판은 《제텔카스텐》), 제텔카스텐이 '노트 관리' 방법론으로 오해 받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의 제목과 내용 탓일 수 있다. 그러나 제텔카스텐은 단순히 효율적인 노트 작성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식 생산 및 관리 방법론'이다.
현재 제텔카스텐 방법론을 가장 잘 정리하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곳은 zettelkasten.de이다. Sascha와 Christian, 독일인 두 명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이 곳은 니클라스 루만 — 그가 처음으로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 의 제텔카스텐에 머무르지 않고, 그 본질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익숙치 않은 개념에 대한 오해도 많아서 제텔카스텐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도 이런 현실을 알기 때문에 원자성에 관한 오해를 해소하고 이 방법론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돕기 위해 꽤 긴 이 글을 쓴 것 같다.
아래의 빙산 이미지는 원자성 뿐만 아니라 제텔카스텐 전체에 대한 개념을 전달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에 계속 등장한다.
— 출처는 모두 zettelkasten.de
글은 이 이미지의 수면을 기준으로 하여 위와 아래를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수면 위의 "연결된 노트 작성Linked Note-Taking"과 "(원래 뜻인 카드상자를 이용한다는 의미로서) 제텔카스텐"은 피상적인 부분이고, 수면 아래의 "제텔카스텔 방법론"과 "사고 도구"는 심층적 부분이다.
Sascha는 "수면 위와 아래의 차이는, 물속에 무엇이 있을지 어림짐작하는 것과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그 실체를 마주하는 것의 차이와 같"다고 말한다.
"수면 위와 아래의 차이는, 물속에 무엇이 있을지 어림짐작하는 것과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그 실체를 마주하는 것의 차이와 같습니다. 어부와 스쿠버 다이버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이 개념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어부는 물 표면만 볼 수 있을 뿐이지만, 경험을 통해 물속 상황에 대해 매우 효율적인 경험적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쿠버 다이버는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모든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합니다. 그는 블랙박스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대상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물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훨씬 더 명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How to Take Smart Notes》와 같은 책은 단지 수면 위의, 노트를 어떻게 작성하고 보관하고 연결하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함으로써, 제텔카스텐 방법론을 알리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책을 읽은 사람들이 그 방법론을 계속 사용하도록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직접 해본 분들은 아실 거다. 처음에는 쌓여가는 카드(노트)를 보며 뿌듯한 기분도 들고 나중에 이 카드들이 모두 연결되면 마법처럼 내 지식도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지만, 카드 작성과 관리만으로는 아무리 기다려도 그 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결국은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그건 결코 쉬운 길이 아니고 누군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수면 위에 머문다.
"제텔카스텐 빙산의 가장 깊은 층으로 내려가기 전, 이전 단계의 조언들이 왜 많은 사람에게 직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단계와 2단계의 조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용하다고 느끼며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만족하는 긍정적 피드백 순환 고리는 역설적으로 더 깊은 단계로의 성장을 방해하는 덫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안도감과 편안함을 얻고, 콘텐츠 제작자들은 긍정적인 반응과 '좋아요', 공유, 댓글을 얻으며 양쪽 모두 만족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쪽 모두 이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이며, 진정한 마법이 시작되는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3단계에서 저항감을 드러내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들은 경험적 규칙만으로도 충분하다며 3단계가 전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거나, 제가 개념을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든다고 불평합니다."
"원자적 노트를 만들라는 조언의 핵심은 단순히 노트를 작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본질을 꿰뚫는 깊이 있는 사고 훈련"에 있다. '아이디어'는 "지식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개별적인 구성 요소들"로 규정되는데, 모두 7개가 있다.
개념Concepts
논증Arguments
반론Counter-arguments
모델Models
가설Hypotheses
이론Theories
경험적 관찰Empirical observations
"순수하게 원자적인 노트란 바로 이러한 지식 구성 요소 중 정확히 하나만을 담고 있는 노트"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우리는 Sascha가 매우 본질적인 사고 과정과 그것을 지식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은유이긴 하지만, 빙산이 떠 있는 차디찬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고 생각해 보라!).
많은 지식 노동을 A.I.에게 맡기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어떤 개인이 많은 노고가 필요한 이 방법론을 사용하려고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의 동기는 다양하므로 이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전체 내용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되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번역기를 동원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시길 적극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