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분야에서 뜨거운 것 중 하나는 'LLM Wiki'이다.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두 단어의 조합이다.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은 쉽게 말해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 등 요즘의 AI를 가리키는 것이다.Wiki(위키)는 지식을 관리하는 방식이자 기능으로 위키백과(Wikipedia)나 나무위키 등을 떠올리면 된다.
'천재 AI 연구자'로 불리는 안드레 카파티(Andrej Karpathy)가 이 둘을 결합해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LLM Wiki다(GeekNews에서 잘 정리한관련글). 특히 반가웠던 건 이 LLM Wiki가 내가 항상 사용하는 옵시디언(Obsidian)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옵시디언이나 위키를 사용하며 항상 느끼는 결핍, 어려움이 생기는 시점은 노트들을 작성한 이후다. 노트는 쌓이는데 그것들이 내 지식으로 쌓인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은 안다. 관련 노트나 아이디어를꾸준히연결하고, 그 연결/충돌/마찰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거나 그 역방향, 즉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기존 노트를 네트워크처럼 연결하는 것이다. 이게 참 어렵다.
그런데 이 애로점을 해결하는 데 AI를 사용할 수 있다면? 게다가 3천 개 이상 쌓인 노트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지 기대될 수밖에 없다.
당장 클로드 코드를 이용해 설치했고 그 결과는, 내가 옵시디언을 이용해 '제대로' 지식을 관리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 것과 비슷했다. 우선 몇 개의 노트와 폴더만 처리했는데, 아래와 같은 노트들이 만들어졌다.
과거의 나에게 고마운 점 하나:PARA(Projects, Areas, Resources, Archives) 방법론에 따라 폴더를 만들어놔서 처리하고 싶은 주제, 폴더만 딱 골라서 할 수 있었다.
이걸 이용해 재밌는 시도를 하나 해봤다. 루쉰의 〈등하만필燈下漫筆〉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이것은 물이다》를 정리한 노트를 처리하며, 이 둘을 비교 분석하게 했다. 그러자'디폴트세팅 × 노예 의식 – 무의식적 굴종의 두 이론'이라는 노트가 만들어졌다(내용이 길어서 코무니타스에 올림).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연결 지점들을 찾아서 정리했더라.
물론 AI를 쓰며 유념할 점이 있다. 이렇게 AI가 쏟아내는 결과에 놀라며 계속 받아들이다보면 내 사고 방식이나 인식 과정을 그 결과에 억지로 끼워맞추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연구들에서 이 점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AI는 명령에 따라 어떻게든 연결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항상 신뢰할 순 없다. 그 극단적 결과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 현상은 사실 인간도 만들어 내는 것인데, 가령 어느 나라 사람들은 너무 친절해서 여행자가 길을 물어봤을 때 자신이 모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알려주고 싶어서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또, 악의적인 거짓말이긴 하지만,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모든 단서를 연결해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떠오른다. 이 '환각'에 대한 비판은 다른 관점으로 보면, '기계는 인간처럼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기계에게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여기서 AI가 내놓는 것들은 일단 '숙고할 만한 참고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고마워할 일일 것 같다는 것이 잠정적 결론이다. '숙고'와 '참고'는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그 역설을 즐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