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가 되라는 압박?
AI에 신나게 몰두하다가도 구멍이 뚫린 듯한 공허가 느껴진다. 이건 좀 아니다 싶은 허전한 느낌. 뭔가 더 있을 것 같다.
AI를 약간이라도 비판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는 거의 모든 글에 인용되는 노버트 위너. 그의 책 중 《사이버네틱스》 (1948)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지만 내용 대부분을 수학 공식들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대신 《인간의 인간적 활용》 (1950)은 일반 대중, 정치인, 철학자 등을 독자로 상정하고 쓴 책이라고 하니 읽어보려고 한다. 한국어판은 2011년에 출간되었지만 절판 되었고 대부분의 도서관에도 없는데, '서울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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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AI 열풍을 봤을 때 이 책도 곧 개정판이 나오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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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인공지능인문학연구소'에서 학술지 〈인공지능인문학연구〉를 발행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관심사와 일치하는 논문은 아직 많지 않았지만 그 중 몇 개를 다운로드 받았다. 〈공동 창작 주체로서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과제〉 (이경수, 2024), 〈AI 번역이 가능하게 하는 아마추어 번역의 '언어하기'〉 (최진, 2025) 같은.
구술성, 구술 문화에 관해서는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728호에서 다뤘듯이 AI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구술성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데렉 톰슨의 기사를 도식화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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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문화 → 아곤 (승패가 있는 경쟁) → 소셜미디어 (승패 없는 끝없는 경쟁) → AI (경쟁 자체가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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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승부', '경쟁'을 의미하는 이 '아곤(ἀγών)'이 놀이의 핵심이고, 그것이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의 핵심 논지다. 그러나 승부가 게임, 놀이의 핵심 기제이긴 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의심이 있었는데, 요한 하위징아를 비판적으로 계승했다는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이 그 부분을 설명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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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 많은 정보다. 이미 정보과부하로 시달리고 있었지만, 이젠 AI로 더 많은 정보를 직접, 기꺼이 만들어내고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몇 번 반복되면 이미 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정보가 '생성'되어 있다.
어쩌면 앞으로는 정보과부하를 넘어 정보를 이해하고 의미를 만드는 것을 포기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그건 곧 주체의 붕괴로 이어질테고, 이제 나는 읽는 주체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읽히는 대상, 수동태로 존재하는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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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자동화 분야의 선구자들은 인공지능이 등장하던 시기에 이 모든 것을 예견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이자 MIT 교수였던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는 스스로 방향을 설정하는 기계의 도덕적 결과에 대해 깊이 우려했습니다. 위너는 목표물을 자율적으로 추적하여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대공 미사일 설계를 도왔습니다. 이것들은 관찰자에게 그 행동이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최초의 기계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들은 단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추구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 작업으로부터 위너는 오늘날 예언처럼 읽히는 두 가지 경고를 끌어냈습니다. 첫 번째는 기계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인간의 책임이 대체될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시스템이 더 자율적이고 빠르게 작동할수록, 인간은 그 힘을 활용하기 위해 의사결정의 책임을 포기하려는 유혹을 받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경고는 더 미묘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효율성 그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식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속도, 규모, 정밀도를 최적화함에 따라 인간은 기계에 자신을 맞추도록 —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논리를 가진 프로세스의 입력값, 운영자, 관리자가 되도록 — 압박받을 것이며, 기계가 내리는 삶의 결정에 종속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 데브 로이, 〈결과 없는 말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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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기대어 잠든 아이처럼' (1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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